운명이다

2010. 6. 14. 01:02독서노트/인문, 사회

운명이다(양장본)노무현자서전
카테고리 시/에세이 > 인물/자전적에세이 > 정치가/법조인
지은이 노무현재단 엮음 (돌베개,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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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재단/유시민, "운명이다", 돌베개, 2010.

작년에도 쓴적이 있었지만
난 솔직히 고인에 대해 잘 몰랐다. 그리고 좋아하지도 않았었다.

그분이 대통령 후보로 나왔을땐 대학교 졸업반이었다.
하지만 헛되이 나이만 먹어서인지, 아니면 관심이 없어서인지 정치에 대해서는 너무나 무지했었고
막연히 그분이 당선되면 나라가 한방향으로 기울어 시끄러워 지진 않을까..라는 그런 생각을 가졌었다.

내가 대학원을 들어갔을때 그분의 임기를 시작되었고,
그리고 어영부영 대학원을 졸업하고 쫓기듯 회사로 도망나와서도 한동안 그분의 임기는 지속되었다.
이후로 나 역시 세상이 뭔지, 그리고 정치가 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어느정도 내 사회적, 정치적 위치에 대해 깨달았을때도 
-적어도 모 찌라시들이 이야기하는 한국의 중산층이라는데 나 따윈 못들어가겠지라는 그런 자각이 생길때부터-실례지만
그분의 '정치'는 내맘에 들지 않았다.
우리(솔직히 말하자면 정치적으로 난 '나'와 '내 집단'의 이익에 상당히 민감한편이다 아울러 불경스럽게도
이런 이익추구와 절충이 적어도 사회분배와 정의차원에선 그리 나쁜 방향이 아니라고 내 맘대로 생각하고 있다)들
편이라고 하면서도 친기업, 친시장일변도의 정책을 고수하는 정부를 보면서 결국 진보라더니(솔직히 중도보수라고 불렀다) 
보수가 그린 판도에서 못벗어나가다 기어코 포섭되었구나...라는 탄식을 하며 냉정하게 그분과 정권의 말기를 지켜보았다.

뭐 진보의 실패는 우리의 실패이기도 하다.
그래서 뽑은게 결국 저모양 저꼴들이니.

이후로는 다들 아시는 것처럼 일어나서는 안되었을 비극적인 사건이...
그 얘기를 처음들었을때는 "아니 왜 그분이 그런 선택을.."이라는 황당함에서 "왜 더한 놈들도 떵떵거리며 사는데 그렇게 가셔야 했나..."라는
탄식과 분노의 감정이 생겨나던...
하지만 위에서 적었던 것처럼 난 시종일관 그분과 그분의 동료들에 대해 딱히 좋은 감정은 없었고, 이제와 그분을 애도한다는거 자체가
어떻게 보면 상당히 감정에 휘둘리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고,
그런 생각도 있다보니 "딱히 내가 이걸 읽는다고 뭐..."란 마음도 없진 않았으나 결국은 괜한 고집이라는 마음이 들어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한 정치가의 자서전을 넘어 한국 정치, 사회사의 일면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자료라고 생각한다.
책을 통하여 나는 내가 어렸을때 벌어져 몰랐던 80년대 중반, 90년대 초반의 한국 정치사의 정치지형(반쪽에 불과했던 진보의 승리)도
아울러 인간 노무현이 평생을 걸쳐 극복하고자 했던 대상이 무엇이였으며 아울러 때때로 그가 자신의 반대당들에게 보여줬던
'분노'가 왜 정당했는가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그의 정부시절에 보다 확고해진(물론 단지 이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리라는데는 공감하지만) '양극화'문제 그리고
FTA에대해서는 책을 읽고난 지금에도 비판적인 입장일 수 밖에 없다.
나같은 힘없고 가진거 없는 인간이 '정치'에 대해 무얼안다 얘기하겠냐만은 단지 시대의 조류이다, 피해갈 수 없었다는 말로 담아내기에는
그 속에서 낙오될 자들이 가져가야할 고통이 너무나도 크지 않은가.
역시 당신이 담담히 회고하듯 1988년 대정부 질문때의 그 '분노'만으론 현실을 바꾸어 나갈 수 없었던 것일까...

봉하마을에 찾아온 사람들이 그분을 바라보며 짓는 미소..
마지막 사진첩에는 담긴 사진하나가 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하긴 내가 이정도면 그 분을 사랑하고 지지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은 도대체 어떠했을까?

비록 이승에서의 연이 다 하여
이젠 고인을 회상하는 것만이 남은 사람들에게 허락된 일이라지만
함께 나누었던 꿈.....사람사는 세상이라는 그 꿈만은 누군가 계속 이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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