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의 아키하바라

2010. 11. 20. 14:41일상소사



(예전에- 정말 소싯적에 처음갔을땐 여기 그냥 공터였었다)

게임이 좋고 만화에 홀려서 시작한 일본어
결국은 그때 배운게 그렇게 흐르고 흘러 지금은 일본회사다니면서 밥먹고 살고 있지만...




지금이야 뭐 인터넷도 잘깔리고 해서
일본에서 한 드라마가 당일 새벽이면 동영상으로 올라오는(야미..겠지만) 세상이지만

내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만해도
알아보지도 못하는 '뉴타입'잡지사러 교보문고(그땐 잠실에 교보가 있지도 않았지)나 세종문고로
만화비디오, 만화화보집 사러 반포로
일본음악씨디 사러 회현지하상가로 다녀야했던 시절이었다.

뭐 애니메이션에 자막 그런거 없었고(자막들어간거 처음본게 고2때 에반게리온이었던 기억이)
그때 오죽 한이들렸으면 대학교 들어가서 일본어부터 배웠겠나. ㅎ




그리고 전자제품도-
당시 학생들에게 필수아이템은 역시 워크맨 혹은 디스크맨(핸드폰은 없었으니)
이름에서 보듯 소니제품을 최고로 파나소닉이나 아이와는 현실과의 타협쯤이던 때라 뭐 지금의 전자제품
구도와는 완전 딴판

뭐 패션 같은건 신경안써도 위의 유행에서 떨어질수는 없던 나였기에
세뱃돈이던 용돈에서 조금 떼어둔 것이던 매년 꾸역꾸역 모아서
용산까지 찾아가 몇시간이고 구경하고 흥정해서 한대씩 신주단지모시듯 들고오곤 하였다.




그랬던 나에게 있어 아키하바라는
내 모든 관심사가 집약된

언젠가는 꼭 가봐야할 곳
일본에 간다면 어디보다도 꼭 먼저 가봐야만할 곳
이었다.




1999년 6월말에 처음으로 일본에 가게되었다.

물론 가자마자 그 다음날 바로 아키하바라로 갔고
하루종일 구경 겸 흥정을 하고 소니 디스크맨(D-E900)*1와 음악씨디를 사가지고 들고왔드랬다.

*1 사실 이 모델의 전버전이라 할만한 D-777을 고등학교때 너무도 사고싶었지만 그땐 돈이 없었고...
    실제론 이때 사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D-E01(이거 나올때도 일본에 있었다는;)이 나오는 바람에 완전 망했던 ㅋ
    참고로 소니 디스크맨 관련해서는 Seeko에 몇몇 분들이 잘 정리해주신 내역이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참조(관심이 있을진-_-)
    http://www.seeko.co.kr/zboard4/zboard.php?id=freeboard&no=30665
    http://www.seeko.co.kr/zboard4/zboard.php?id=review&no=11886

 


하지만 
다른사람들을 통해 일본에서도 전자제품은 이미 아키바가 아닌 양판점이 유리하다는 걸 알았고
더 나이를 먹고나선
환율과 신용카드등등의 이용 때문에 전자제품은 그냥 한국에서 사는게 오히려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당시 집집마다 들어오기 시작한 ADSL(후에는 광랜)의 보급으로
예전에 그렇게 구하기 어렵던 일본 드라마나 만화들을 정말 쉽게 구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그토록 좋아하던 게임과 만화에 대한 열정도 물거품처럼 사그러져 버렸고...




그랬다.

그 이후로 나의 관심도 점점 사그러들었고
결국 어쩌다 도쿄를 가더라도 이곳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은 사라지고

비단 나만 그렇게되었다하기보단
일본 내에서도 아키하바라는 점차 소수의 오타쿠들을 위한 곳으로 변해버렸기에




시간이 지나면 사람도 변하고
그에 따라 취향도 관심사도 변한다는 건
여기에 구태어 적지 않아도 당연한 일일것이다.

하지만 예전처럼 무언가에 빠질 수 없는
더 이상 어떠한 것도 간절히 원하지 않는
그냥 그렇게 심드렁한 자신을 바라볼때마다

왠지 10년전의 자신이 혹은 그 당시 '선망의 장소' 였던 아키하바라가 그립곤하다.




근래 나에게 뭐 하나라도 절실했던 것이 있었던가?

왠지 답답했던 늦가을의 밤거리.

'일상소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0424 홍릉수목원  (0) 2011.04.24
110417 잠실오단지, 석촌호수  (2) 2011.04.17
가을하늘  (2) 2010.10.04
외로움  (0) 2010.09.15
☆★☆★☆★ 승리의 200킬 ★☆★☆★☆  (4) 2010.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