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인간인가
2008. 7. 15. 00:10ㆍ독서노트/문학(소설, 에세이)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나는 프리모 레비에 대해 어디선가 주워들어알고 있었다.
유대인 작가로 아우슈비츠에 다녀온 뒤 자신의 체험기를 썼다, 주로 '인간'이라는 그 자체의 성격 그리고
그 가능성에 관해 천착했었다. 마지막에 자살하여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정도
머 매우 단편적이고 솔직히 어서 주워들었는지도 이제 가물가물할정도였지만
그 이름만큼은 내 의식 어딘가에 박혀있었고우연한 기회에 이 책과 조우하게 되었을때 나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집어들어 내 책장 한구석에꽃아 둘 수 있었드랬다.
(물론 거기서 다시 이 블록에 끄적이는데까지는 퍽 많은 시간이 소요됐지만)
이탈리아계 유대인인 그는 지하조직에 가입했다 밀고에 의해 체포, 이듬해 다른 유대인들과 함께
아우슈비츠로 이송된다. 젊고 건강한 편이었던 청년이었던 그는 노동력을 필요로 했던 당시 독일군에 의해
합성고무(부나)를 만드는 수용소로 끌려가 그곳에서 거의 1년여 간을 보내게 된다.
독일의 유대인 학살을 다룬 여러 책들처럼, 혹은 몇몇 생존자들의 증언들 처럼 이 책도 당시한 국가가(솔직히 한 국가라는
말도 어폐가 있긴하지만...) 조직적으로 자행한 민족 말살에참상과 인간성 말살의 처참함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그의 때로는 문학적이고(그는 전반적으로 단테의 '신곡'을 의식하며 이야기를 구성해 나간거 같은데(이외에도 여러가지
서양고전의 비유가 있긴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걸 음미하면서 읽을 정도의 지식이 나에겐 없었던 관계로 각주에 의지하며
읽어 갈수 밖에 없었다), 섬세한 상황묘사는 너무나도 힘들고 처참하여당장의 고통과 배고픔 이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는(심지어 자살마저도!)외부의 인간이 상상하기 어려운 당시의 정황을그림처럼 우리에게 보여준다.
(예를들면 진창과 창백하고 깡마른 얼굴들 같은 이미지...우울한 회색의 색조 단조로운 기계소리와 느릿한 움직임 같은 거)
물론 이런 우리 세계(표현이 머시기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다름'만을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아니다.
수용소 내에도 나름의 시장과 경제적 시스템이 존재하였고, 생존을 위한 룰과 그에 적응하여 살아 남는자 혹은 적응치 못하여
사라지는 자 또한 존재하였다.
아무리 주어진 환경이 비인간적, 비도덕적이라 하여도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속에서 적응하지 않으면 안되고
그 환경이 나쁘다고, 그릇된 것이라고말하기 위해서라도 우선 '살아남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아이러니한 현실.......
이것이 특정 시대, 특정 장소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님을
그 우울한 유비 속에서다시 한번 씁쓸하였다.
머, 딱히 새로운사실은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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