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렌즈

2010. 5. 23. 00:57독서노트/인문, 사회

제국의 렌즈 - 식민지 사진과 만들어진 우리근대의 초상
카테고리 역사/문화 > 한국사 > 개화기 > 일제시대
지은이 이경민 (산책자,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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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제국의 렌즈", 산책자, 2010.

'사진'을 통하여 바라본 타자의 시선과 그 정치성에 대한 책
기대이상으로 흥미로웠던 책인데, 평소 나름 이러한 시선의 정치성과 그 분석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던지라
저자가 정리하는 내용들이 어찌나 와닫던지ㅎㅎ

사진은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시각적인 충족도(눈으로 보이는 거니까!)라는 측면에서
여타 기록(문서 혹은 증언이나 그림쯤 집어볼까?)에 비해 더 생생한 아울러 현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기계적 한계(카메라의 렌즈는 입체적(뭐 지금은 3D카메라들도 나오기는 한다만)와 더 나아가 촬영자의 판단이라는
(피사체와 구도의 설정*1)요소를 안고 있기에 절대 객관성이 확보된 녀석이라 보긴 어렵다는 것*2
특히 후자의 성질에 착목하자면 촬영자(혹은 그 사진의 게재자)가 어떠한 생각과 목적을 가지고 피사체를 마주하고 촬영하느냐에 따라서
그 피사체의 성격이 규정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입장에서 저자가 책 제목에 나타내고 있는 것처럼 근대 식민지 제국주의의 시기에 그들의 눈에 비쳐진 우리의 모습은 어땠을지가
이 책의 내용이자 주제되겠다.
불행하게도 비단 우리뿐만 아닌 유럽이외의 거의 모든 나라가 이러한 제국주의 적 시선에선 발언권을 가지지 못하는 철저한 '타자'이자
피사체로서 그들의 편견과 정치적 목적에 맞춰 표상되고 정의되는 운명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사진의 경우는 흔히들 사물의 '실제 그대로'를 담아낸다고 생각하게되는데 이런 사진이 가진 특성이
결국은 제국주의의 시선에 객관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던 것이고
거기에 이러한 사진의 객관성은 인류학같은 제국주의의 학문에 이용되며 그러한 언설의 '장식물'로서 
그 학문에 과학적(실증성, 검증가능성)이라는 성격을 부여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하였다 하겠다.

뭐 전적으로 저자의 입장에 대해서는 납득-지지를 하는 편이였지만 막상 내용에 있어서는 뭐랄까 넘 달린다는 느낌?
내 이해력이 딸려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암턴 중간중간 저자의 판단에 대한 조금 더 명확하고 세세한 설명이 있었으면 하는 부분이
특히 내용 초반에 많았던지 싶다.
아울러 후반부 서양인 두명과 조선에 대한 내용은 사료적 한계도 있었겠지만 약간은 시론적인 느낌이 강해서 춈 아쉬웠더랬고...
(특히 후자(독일무관 잔더에 대한)의 경우는 읽다보니 약간 연구 필요성의 강조와 발굴정도에서 머문것 같은 느낌)

책은 한국 근대 연구를 위한 '사료'로서의 사진의 중요성과 그를 위한 아카이브 구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특히 현재 한국의 관리, 데이터베이스 구축현황은 딱히 좋지 못한거 같긴하던데...이런 연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 없다고 생각되기에 아무쪼록 잘 진행되길 바라고, 저자의 다른 책들도 근간 함 읽어봐야 겠다는

*1 사진 구도의 변화에 따라 얼마만큼 그 성격이 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테사 모리스-스즈키의 책을 참조하라(김경원 역, "우리안의 과거", 휴머니스트, 2006. pp. 104-112.) 여담이긴 한데, 이 책의 경우는 비단 사진뿐 아니라 역사소설, 영화, 만화, 인터넷등 우리 주변의 것들을
통해 어떻게 과거를 인식하고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상당히 흥미로운 고찰을 보여준다.
일본 역사수정주의에 대한 비평과 반박이라는 지평에서 쓰여진 책이지만 위와 같은 '미디어'들의 담당하는 '사료'로서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만하니 혹시 관심있으신 분(이 블록오는 분중에는 거의 없으리라 사료된다 -_-;)은 읽어보시라.

*2 사진의 성격에 대한 비평적 분석으로는 수잔 손택의 책(이재원 역, "사진에 관하여", 시울, 2005)을 참조하시라. 몇가지의 사진과 그 해석을 통하여 저자는 사진이 가지는 철학적인 의미와 상징성에 대해 상당히 명쾌하고 흥미로운 정의와 시사점을 준다.
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물론 사진은 인공물이다. 그렇지만 사진-유물로 가득찬 이 세계에서는 사진이 발견된 오브제, 즉 무심결에 얻은 이 세계의 단면처럼 보이기 때문에 호소력을 갖는다" p. 111.
"사진에 찍힌 세계는 늘 똑캍은 모습으로 존재한다. 그리고 스틸사진이 영화와 부정확한 관계를 맺듯이, 현실세계와 부정확한 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다." p.126
"사진작가들의 말처럼,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객관적 세계를 무한히 전유할 수 있게 해주는 기법이자 단 하나뿐인 자아의 유아론적일 수밖에 없는 (자기) 표현이다. ....(중략)....그리고 이 드러난 현실은 (카메라로 그 현실을 찍은) 개인의 기질을 보여준다. 현실의 어느면을 잘라냈는지에 따라 기질이 드러나는 것이다" p.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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