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관매혈기
2010. 8. 16. 12:57ㆍ독서노트/문학(소설,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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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 최용만, "허삼관매혈기", 푸른숲, 1999.
동 저자의 책으로는 "인생"에 이어 두번째
개인적으론 뭐랄까 인생보다는 약간 밝은 느낌이랄까?
배경이 되는 시대는 둘 다 비슷한거 같고 단지 주인공 주변의 인물이 몰살..당하는 전자에 비해 이 작품의 경우는
어찌됐던 다들 잘 살아가니 그런 느낌을 받았던거 같긷도 하다.
내용은 허삼관이란 사람이 결혼하고 아이를 키워가면서 벌어지는 일대기인데
책 제목의 매혈이란 뭐 문자그대로 피를 판다는 얘기고 이는 허삼관이 살면서 요소요소마다 "자신의 피를 팔아" 그 고비를
벗어나가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지어졌으리라..
왜 피일까?라고도 생각해봤는데...
뭐 돌이켜보면 그렇지 않나. 우리가 살아간다는거 특히 돈벌어 자식부양하고 가계 이끌어나간다는게 대개의 경우는 노동
즉, 자신의 시간과 젊음을 물질과 교환하는 행동에 기초하는 것이니
그러한 의미에선 피를 판다는게 너무나 즉물적이고 적합한 비유일 수 있겠드라.
저자는 서문에서 이 이야기가 평등(만약에 내가 단어를 고를 수 있었다면 공평함이라고 했으리라)에 관한 시라고 하였다.
읽다보니 머 그럴만 하다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그보다 나를 사로잡은건 바로 주인공의 '솔직함'이었다.
이 책 내용이 나름 막장이라면 막장인 내용이 있기는 한데..처음에는 "아니..뭐 이런 내용으로 책을..."하면서 약간
책 선택의 후회를 망설이게 하는 시점이 있었는데 그 이후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뭐랄까 그런 주인공과 부인 그리고 주변사람들의
복닥복닥대는 모습이 더 솔직하게 다가왔다고나 할까?
(사실 막장은 시종일관 출생의 비밀, 불륜 그리고 불치병이 관통하는 대한민국 드라마가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진 않을테니-_-;;)
책 중간중간 등장하는 허삼관의 설득과 훈계장면은 어눌하면서도 유치했지만 뭐랄까 나름 이치에 맞는 이야기임에 재미있었고
억울하면 억울하다, 싫으면 싫다고 바로 솔직하게 얘기하는 그들의 모습이 오히려 가식과 말장난에 사로잡힌
우리들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가끔 보여지는 주인공의 부정과 가족에 대한 사랑이 더 진하게 와닫기도 했고...
중간중간 기층민에 입장에서 본 문화혁명 전후기의 공산당 정책에 대한 언급이 나오지만 이 부분은 질 모르는 관계로 패스
마지막으로 영명한 저자의 코멘트나 인용하면서...
"인생"때와 동일한 서문(아마도 저자 책의 개정판엔 다 동일한 내용을 올렸나보다)이지만 다시봐도 인상적인 문학관이다.
"모든 독자는 문학작품에서 자기가 일상에서 느껴온 것들을 착고 싶어 한다. 작가나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자기가 느껴온 것 말이다. 문학의 신비로운 힘은 여기서 나온다. 모든 작품은 누군가가 읽기 전까지는 단지 하나의 작품일 뿐이지만, 천명이 읽으면 천개의 작품이 된다...(후략)..." (위의 책, p.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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