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3
2010. 1. 11. 23:56ㆍ독서노트/문학(소설,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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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3", 시공사, 2009.
처음 클래식을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을때 읽었던 책이 저자의 동시리즈 1권이었다.
그로부터 어언 3년...(실제 이책이 나온건 더 전의 이야기지만) 그동안 주섬주섬 사모은 CD도 100타이틀이 가볍게 넘어가고
어줍잖게 작곡가, 연주자 이름이나 곡명 정도는 주워섬기게 됐지만 아직도 뭔가 부족하다.....
책 내용은 각 곡에 대한 저자의 감상이나 추억 음악가 혹은 연주자에 대한 소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데 저자의 잔잔하면서도 깔끔한 문체 덕분인지 재미있게 읽어 나갈 수 있다.
전작들처럼 이번 책도 4개의 카테고리인데 우리 인생에 비유하여 소년-청춘-장년-만년으로 나누어 그 각각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곡들을 선정하고 있다.
위에 약간 잰체하듯 적었지만 책에서 소개하는 곡들의 상당수는 잘 모르는 곡들이고 아직 과거의 연주자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내공상(초심자가 주로 접하는 레퍼런스들은 60-80년대 레코딩의 '전설'인 경우가 많다) 몇몇 연주자들은
이름과 얼굴만 얼추 기억할뿐 생소한 사람들이 있었다.
(뭐 이러면서 점점 구매리스트는 길어져만 가고...)
글고보니 언젠가는 블록이던 혹은 개인 홈피이던(조금 더 먼 미래이겠지만...)
클래식에 대한 얘기도 적어보고 싶다..라고 생각하곤 있지만
갈길이 먼것만 같다.
못들어본 곡들도 많고, 아직 내 귀론 각각의 악기 음을 100% 구별해 내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놈의 음악용어는 왜 이리 어려운 건지...악보는 당췌, 구조는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아니, 무엇보다.
나에겐 이런 음악과 함께해온 추억이 없다.
이 책의 저자이던 혹은 내가 좋아하는 또 한명의 음악 평론가이던
그들이 소개하는 음악은 단지 음표와 악기가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만남, 기쁨, 기다림, 슬픔, 외로움들의 감정이
어우러진 하나의 '이야기'였다.
유감스럽게도 인위적 '취미육성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클래식을 들어온 나는
집에서 혼자 웅크리고 앉아 음악을 흘릴 줄이나 알았지
그 속에 진실된 내 마음을 담아 본적이 별로 없었던 거 같다.
게다가 절실함도 부족했고...
나에겐 음악감상실을 찾아다니며 혹은 LP판이 맨들맨들해질 정도로 무언가 하나에 빠져들어갈만큼의 열정이 남아있지 않다.
사실 이 얼마나 좋은 시절인가.
어디든지 인터넷만 키면 음악 정보와 해설은 물론(각각의 정확도는 차치하고) 유투브등을 통해 실황연주 동영상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돈만 있으면 CD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고...
하지만 결국 남은 거라곤 너무나도 쉽게 질려버리는, 포기해버리는 끈기라곤 찾아볼데 없는 자신뿐...
아무튼 나에겐 아직도 뭔가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