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이름

2009. 2. 24. 00:01독서노트/문학(소설, 에세이)

장미의이름(상)(페이퍼북)
카테고리 소설 > 기타나라소설 > 이탈리아소설
지은이 움베르토 에코 (열린책들,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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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이름(하)
카테고리 소설 > 기타나라소설 > 이탈리아소설
지은이 움베르토 에코 (열린책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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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트 에코, 이윤기 역, "장미의 이름 상, 하", 열린책들, 2006. 

뭐 알만한 사람 다 아는 초 유명소설
but(원래 본좌가 소설을 안좋아하는 것도 있기는 하지만) 용량의 압박과 초반의 지겨움을
극복치 못하고 중간에 gg를 치고는 읽지 않았던 작품이었는데...

근래에 암생각없이 집어들고 걍 술술 읽어버렸다 'ㅅ'
역시나 초반 수도원의 묘사(특히 수도원 문짝의 묘사는 ㅎㄷㄷ)와 페이지 넘기면 까묵어 버리는 서양인들의
이름앞에 좌절..할 뻔도 했지만 그래도 어느 순간부터 스피드가 나면서 쭈~~~욱

그냥 추리소설 읽는 느낌으로 읽어도 괜찮은 책이지만 중간중간 인물들간의 대립 부분에서
걍 재미로 읽고 넘기기에는 생각해볼만한 부분들이 많았었다능

(다소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으니 혹여 읽으실 분들은 걍 스킵하자)

1. 이야기의 큰 줄기를 이루는건 주인공(아드소)의 스승인 윌리엄-호르헤 수도사의 대립
   이 둘의 대립이야 쉽게 표현하자면 연역과 귀납 혹은 중세적 사고와 근대적 사고의 대립정도로 받아들이면 좋을거 같은데... 
   (윌리엄 수도사야 대사마다 혹은 그가 보여주는 추론등에서 그의 넘쳐나는 '이성'에 대한 애정을 찾아볼 수 있고
    호르헤 수도사의 입장은 소설 후반부 그가 수도사들에게 설교하는 장면(하권, pp 714-728)이나 마지막 둘간의  
    불꽃튀는 설전에서 집약된다는)
  
  본좌도 어느쪽이냐면 이성중시쪽이기 때문에 당연 호르헤의 광신적 혹은 절대적 맹종을 부정하며 윌리엄 수도사의
  입장에 동조되어 갔던 것은 사실.
  그러나 이책 그리 녹록하게 끝나지 않았드랬다. 
  저자는 마지막에 와서야 이 기나긴 숨바꼭질의 해결을 가져다준것은 윌리엄 수도사의 '빛나는 이성'이 아닌 
  단지 우연의 거듭남임을 드러내며 다른 한쪽으로의 치우침 역시도 교만으로 흐를 수 있음을 우리에게 시사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진리 혹은 인식이라는 것이 필연적으로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끝없이 자각하는 자세...이것이야말로
  영원히 잊지말아야할 마음속 나침판이 아닐까?

2. 식료계 수도사였던 레미지오는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동지도 팔아버렸고 종국에는 자신의 신앙, 육체 그리고 영혼 마저도
   팔아버린다.
   모든 것을 잊은체 단지 각종 육욕만을 충족시키며 살아가던 그와 웬지 암 생각없이 하루하루를 영위하는 한심한 자신의 모습,
   아울러 두려움을 극복치 못하고 결국은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고야만 그와 "나는 괜찮겠지" 혹은 "괜히 나서지 말자"라는
   심정으로 불의속에서도 단지 방관만으로 면피하는 그 '작은 마음'이 결국 나와 내 주변을 상하게 하진 않을까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문득 밀려오더라는(뭐 근래 워낙 시세가 뒤숭숭하기도 해서;)

3. 실은 예전에 숀 코네리 주연의 영화판을 본적이 있었다.
    근데 그게 참 오래전이라 딱히 기억도 안나고 해서 이번에 다시 한번 봤었다능
    워낙 혹평이 가득한 영화라 "어디 노 한번 지켜보갔어"라는 쀨로 눈 부릎뜨고 보기는 했는데
    
    뭐 전체적으로는 역시 "분량의 한계..."라는 느낌이 들더라는 
    한정된 시간에 꽤 큰 볼륨의 원작을 줄이려다 보니 원작 설정의 임의 변경이나 혹은 과도한 인물묘사 혹은 불친절한 상황
    묘사가 군데군데 돋보이(?)긴 했다
    (웃긴게 전자의 경우는 뭐 소설 안읽은 사람을 타겟으로 하면 그럴수 있겠다 하고 넘어가겠는데 그러자니 이건 뭐 중간중간
     소설을 읽고 전후사정을 아는 사람이 아니면 "뭥미?"하고 의아해할 정도로 퐉퐉 넘어가는 신이 있지를 않나...당췌 어디다
     장단을 맞춰야 하는건지........)

    아무래도 극적 긴장감을 주기 위한거긴 하겠지만 영화속에서는 원작과는 달리 종교 재판관 베르나르 기와 윌리엄의 대립
    그리고 아드소와 이름모를 처자의 관계가 나름 비중있게 다뤄지는데,
    전자가 참 헐리우드 영화틱한 전개로 끝나며 절로 탄식을 자아내게 했던것과는 반대로 후자의 경우는 나름 뭐 나쁘지 않은 
    인상을 받았다.
    (특히 마지막 아드소의 짧은 해후와 헤어짐의 여운이란.....솔직히 그 처자가 아드소 앞에 나타날땐 나도 같이 성모님께 
      감사드리고 싶었다 ㅠ_ㅠ)
    
    아마도 영화의 '마지막'이 인상 깊었던 관계로 책 제목에서의 장미가 그 이름없던 '처자'를 나타내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책의 마지막 구절을 읽고 느꼈던 것은 단순히 '예전의 추억'이라는 부분을 이미 흘러버린 나날에 대한 아쉬움과 덧없음에
    대한 한없는 회한만이 느껴지더라......
    잡을 수없는 그리고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끝없는 미련과 아쉬움 
   
    모르겠다. 내가 처한 씁쓸한 상황이 투영되서 그랬던 걸지도 모르지.

위에도 썼던 것처럼 많은 시대적 배경과 사실을 그럴듯하게 담아낸 내용이다보니 책에서 보니 일본같은데는 한 10권 이상의 
해설서도 나와있다고 한다. 
국내에도 관련된 책*이 있는거 같으니 나중에 함 읽어봐야겠다능

* 일단 저자가 직접 집필관련된 내용을 서술한 책(움베르토 에코, 이윤기 역, "장미의 이름 창작노트", 열린책들, 2002)가 있고
  해설서로는 철학연구자가 쓴 책이 있더라(강유원, "장미의 이름 읽기", 미토, 2004) 특히 후자의 경우는 다른 의미에서도 호기심이
  생긴 관계로 가급적 빨리 읽어볼 생각(책은 이미 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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